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국내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일명 ‘사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에선 실제 방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중국 등 주변 국가를 자극할 우려만 크다는 반대 목소리도 들린다. 사드 배치는 실제로 한반도 방어에 도움이 되는 걸까.
●北 무수단 미사일 방어 가능할까
북한은 1월 4차 핵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4월 15일 이후 여섯 차례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잇따른 발사 실패로 기술력 부족을 지적 받았지만, 지난달 22일 원산 해안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고도 1000㎞, 비행거리 400㎞ 궤적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군 당국은 사실상 발사실험에 성공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정거리보다 고도가 더 높아진 까닭은 시험발사 성격을 고려해 로켓의 추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수단 개발 목적을 일차적으로 미국 괌 기지 견제로 보고 있다. 남한을 공격하는 게 목적이라면 기존에 배치를 끝마친 단거리 미사일 ‘화성’이나 ‘노동’ 미사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사정거리가 4000㎞나 되는 미사일을 애써 개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험발사 때처럼 고도를 높여 발사할 경우 남한 전역을 조준할 수 있는데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대기권 바깥 고도에서부터 적 미사일을 쏘아 맞출 수 있다. 사드라는 이름 자체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를 따서 지어졌다.
이 이름 때문에 ‘저궤도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 대부분을 방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 대부분은 상당 부분 방어가 가능할 걸로 해석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사드의 성능에 대해 정량적적으로 분석했다.
장 교수팀은 “한반도는 종심거리가 짧아 요격 가능고도가 제한적이지만 상당부분 방어가 가능하다”며 “2대 정도의 포대를 복수로 설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보고에 따르면 △사드 포대를 대구 지역에 배치하면 평택 미군기지는 방어가 가능하지만 수도권 방어가 어렵고 △수도권 방어에 최적인 지역은 원주 지역으로 조사됐으며 △따라서 원주와 대구, 두 곳에 방어 포대를 동시에 설치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신동아 제공
사드 개발사인 록히드마틴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 놓은 바 있다. 록히드마틴은 2015년 3월 북한이 최대 사거리 1000㎞가량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공격(노동미사일에 해당)을 강행할 경우, 사드 2개 포대가 있으면 남한 대부분 지역을 방어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중부 지역에 배치된 사드 1개 포대로는 동남부 및 북부 지역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전역을 방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장 교 수팀의 분석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수단 미사일을 남한을 향해 발사해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은 한국이 도입을 결정한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단은 재진입할 때 강하 속도가 음속의 15∼16배였다. PAC-3의 요격 고도인 40㎞ 상공에 진입해서도 음속의 10배에 가까운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사드로 요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발 가격 110억 원, 초고가
사드 개발의 역사는 1987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소련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미 육군 전략방어사령부는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상층에서 방어한다’는 개념을 처음 들고 나왔다. 옛 소련이 붕괴하며 연구가 상당 기간 정체 된 바 있으나 1990년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다시금 개발에 급물살을 탔다.
당시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 군이 사용하던 패트리엇 미사일은 이라크 군의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해 냈지만 단점도 있었다. 패트리엇은 일부 핵심지역, 즉 군사기지 같은 주요 군 시설만을 방어하는 방공무기체계여서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 방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트리엇은 요격 고도가 10~20㎞에 불과해 요격 기회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실제로 미군의 방어체계를 뚫고 몇 발의 스커드 미사일이 미군 기지에 피해를 입힌 사례도 있다.
한 군사평론가는 “사드를 도입할 경우 성공률이 다소 낮더라도 일단 고고도 방어를 시도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다시 패트리엇 등의 요격미사일로 저고도 방어 체계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이런 다중방어체계는 적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사드는 발사대 6기로 구성돼 있으며 1기당 8개 미사일이 탑재된다. 레이더 , 통제 및 통신장비 등으로 포대 1개가 구성된다. 포대 1개의 가격은 2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요격 미사일 한 발 당 가격은 110억 원에 이른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지만 이지스전함용 요격미사일인 SM-3의 가격이 150억 원 상당인 것과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사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대기권내의 성층권과 전리층 사이에서 요격한다. 최대 속도는 마하 8 이상으로 미사일에 내장된 ‘킬 비이클(Kill Vehicle)’이라는 요격체를 직접 적의 미사일과 부딪치게 만드는 ‘직접요격’으로 파괴한다. 흔히 ‘힛투킬(Hit-to-kill)’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핵이나 화학탄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방어 효과가 뛰어난 걸로 알려져 있다.
●전자파로 ‘죽음의 땅’ 된다는 말은 ‘괴담’
사드에 연결되는 ‘AN/TPY-2’ 레이더는 2만5000여 개의 조그만 전파 송수신장치를 평평한 판 위에 나란히 붙여 만든 위상배열 레이더다. 적 포탄의 발사 위치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대포병레이더’나 이지스 전함에 들어가는 스파이레이더 등이 모두 이런 형태다.
이 레이더는 두 가지 모드로 운영이 가능한데, ‘종말단계’ 모드로 운영할 경우 약 1000㎞ 거리에서 상승중인 탄도 미사일을 감지해 낼 수 있다. 운영범위를 더 넓힌 전진 배치방식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최대 탐지거리가 1800~200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선 발생 전파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사드 주변 반경 수십 ㎞ 지역이 모두 ‘죽음의 땅이 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파가 상당히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늘을 향하고 있어 시민이 직접 피해를 입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항공우주전문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도 동일한 주파수로 운영하는 인공위성 조종용 레이더가 설치돼 운영 중이지만 바로 옆 건물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전자파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등 우방국의 우려다. AN/TPY-2 레이더를 국내에서 전진배치 모드로 운영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상당 지역이 탐지범위에 들어간다. 자국 내부를 샅샅이 볼 수 있는 미사일을 미군기지에 설치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 역시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종말단계로만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스위치만 전환하면 즉시 전진모드로 바꿀 수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까지만 탐지가 가능한 저성능 레이더 등으로 교체해 도입하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측은 “AN/TPY-2 이외의 레이더로는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